2025년 들어 국내 투자자들,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투자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미국 지수 ETF(상장지수펀드)**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순매수가 이어지며 1분기에만 1조 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순매수 규모를 단 3개월 만에 추월한 수치로, 글로벌 증시의 상승 랠리와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주 강세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2025년 1분기, 지수 ETF 순매수만 ‘1조 원 돌파’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서학개미들이 순매수한 해외 ETF 중 미국 지수 ETF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대표적으로 **S&P500에 투자하는 SPY(SPDR S&P 500 ETF)**와 나스닥100 추종 ETF인 QQQ, 그리고 AI 테마주에 투자하는 QQQM 등이 매수 상위권을 차지했다.
단일 ETF 중에서는 SPY가 3,500억 원 이상 순매수되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고, QQQ와 QQQM 역시 각각 2,000억 원 이상 순매수됐다. 전체적으로 미국 주요 지수에 투자하는 ETF에만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 왜 다시 ‘지수 ETF’인가?
서학개미들이 지수 ETF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산 투자와 안정적인 수익률 확보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미국 증시 상승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수단으로 지수 ETF가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2023~2024년 동안 AI 관련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해당 종목들을 대거 포함한 S&P500과 나스닥100 지수가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테마주보다는 넓게 묶인 지수에 투자하자"는 투자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ETF는 장기 투자에 유리하고 환전 절차도 간편해 투자 문턱이 낮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AI·반도체 테마 열기 지속…지수 ETF에도 반영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지수 ETF 선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나스닥100에 포함된 엔비디아, AMD,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AI 강세주들이 꾸준히 시총을 끌어올리면서 해당 종목 비중이 높은 ETF들이 수익률 면에서 돋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QQQ는 2025년 들어 약 1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QQQM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수익률은 예적금 대비는 물론, 국내 주식시장 대비로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 환율·금리·미국 경기…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매수’
서학개미들의 ETF 매수세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장기 성장성을 확보한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는 추세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다시 1,360원대를 넘나드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도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투자자들은 환차손 위험에도 불구하고 ETF의 안정성과 중장기 수익률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전문가 “서학개미, 똑똑한 투자 행보”
증권가에서는 이번 서학개미의 지수 ETF 매수 흐름에 대해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투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단기 급등 테마주에 대한 추격 매수보다는, 미국 시장의 펀더멘털을 반영한 지수 ETF에 분산 투자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지수 ETF는 개별 종목 리스크를 줄이면서 글로벌 경제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라며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서학개미의 수익률도 우상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결론: 서학개미의 ‘ETF 전성시대’ 열리나
2025년 서학개미들은 더 이상 단기 유행에만 휘둘리지 않는다. 미국 지수 ETF 중심의 장기 분산 투자 전략은 그들이 한층 성숙한 글로벌 투자자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AI와 기술주 중심의 구조적 상승장이 이어지는 한, 이들의 ETF 매수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미국 연준의 정책 변화, 글로벌 경기 흐름에 따라 ETF 종목 다변화 또는 적립식 투자 확대로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