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분기 SK하이닉스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발표하면서, 침체 국면이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의 급증이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시장 전망을 두 배 이상 웃돈 영업이익
SK하이닉스는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4조 1,000억 원, 영업이익 2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약 65%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한 수치다. 시장의 평균 예상치는 영업이익 1조 원대 초반이었으나, 실제 성적표는 이를 두 배 이상 초과해 투자자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실적 반등은 2023~2024년까지 이어졌던 메모리 반도체 불황 이후 처음 있는 대규모 흑자 전환으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 HBM3·DDR5, AI 열풍 타고 매출 견인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견인한 핵심 동력은 AI 수요에 따른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제품, 특히 **HBM(High Bandwidth Memory)**과 DDR5였다. HBM은 AI 연산에 최적화된 고속·고대역폭 메모리로, 특히 엔비디아의 AI GPU ‘H100’ 등에 탑재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3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과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어,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 비중이 급증했다.
DDR5 역시 서버 교체 주기와 함께 고성능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맞물리며 ASP(평균 판매 단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와 같은 고부가 메모리 제품 판매 확대는 전체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줬다.
■ D램·낸드 모두 회복세 진입
메모리 업황 전반도 바닥을 찍고 반등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D램은 AI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서버 증설 수요가 늘어나며 가격이 반등했고, 낸드플래시는 공급 과잉 해소와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가격 안정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D램 부문에서는 평균 판매 가격이 전분기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낸드플래시도 1분기 중반 이후부터 수요 회복 조짐이 본격화되며 ASP가 반등세로 전환했다.
■ 재고 축소와 환율 효과도 한몫
이번 실적 개선에는 제품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재고 축소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부터 이어진 공급 조절과 비용 절감 전략을 통해 재고를 빠르게 줄였고, 이는 손익분기점 하락 및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1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330~1,360원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주가 반등, 증권가도 ‘업황 회복’ 기대
실적 발표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 한때 7% 이상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일제히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일부 기관은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이 1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HBM을 포함한 고부가 제품 중심의 매출 증가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AI 서버 수요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은 추가 개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 결론: 반도체 ‘겨울’ 끝나고 ‘봄’ 오나?
SK하이닉스의 1분기 깜짝 실적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저점을 지나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평가된다. 특히 AI 산업의 급성장과 HBM 시장의 주도권 경쟁이 맞물리며,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낸드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가 본격 회복될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글로벌 수요 확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2025년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있어 터널 끝의 빛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